돈벼락 맞은 남자
 글쓴이 : 아이러브사…
작성일 : 09-03-09 17:30  조회 : 7,129
돈벼락 맞은 남자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금요일 오후, 매무새가 단정한 40대 여인이 찾아왔다.
 “어떤 점이 궁금하십니까?”
 “나오는 대로 이야기해주세요. 그러면 말할 게요.”
 척 보면 아는 도사인지 혹세무민하는 돌팔이인지 먼저 확인부터 한 다음에 상담하러 온 사정을 이야기하든지 말든지 하겠다는 자세다. 고객의 시험에 든 필자는 그저 웃었다. 여인이 불러주는 생년월일시를 받아 사주를 뽑아 보았다. 배우자복과 자식복이 약한 운명의 소유자란 사실이 첫눈에 들어왔다.
 “배우자 문제와 자식 문제가 있네요.”
 “사실은 …”
 그제서야 여인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선량한 남편을 만나 자식을 낳고 오순도순 잘 살아왔더란다. 그런데, 평소 집안끼리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인 이웃집 남자가 접근해왔단다. ‘당신은 천연기념물입니다’라는 찬사는 물론 남편과 달리 야성적인 성격도 좋아 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단다. 서로 본남편 혹은 본처와 이혼한 후 결혼하기로 했단다. 그래서 여인은 이혼했는데, 남자는 이혼을 않았단다. 그렇지만 남자에게 이혼을 강요하지는 않았단다. 내 가정은 깨졌지만 남자 가정은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서로는 애인 관계로사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남자의 사주를 내밀었다. 자기와 궁합이 맞는지, 앞으로 운세는 어떤지 봐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남자는 몇 년도부터 자기와 만났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6년간 30억원을 벌었다는 등등의 귀띔도 해주었다. 남자는 닭이 울 무렵에 태어난 인시(寅時)생이라고 하므로 생시를 인시로 잡아 사주를 뽑아보니 30억원은커녕 빈털터리 무지렁이팔자였다. 생시를 정확히 알아서 다시 방문해 달라며 여인을 돌려보냈다.
 1주일 후쯤 여인이 재 방문했다. 확인해본즉 남자의 어머니가 미역국을 먹고 나니 닭이 울었으므로 축시(丑時)생이라고 하였다. 생시를 축시로 잡아 사주를 다시 뽑았다. 역시 빈털터리 백수팔자였다. 아무래도 이상해 필자가 생시 찾기에 나섰다. 남자가 태어난 해의 표준시는 동경127도 30분이며 태어난 당일의 일출시각은 07시 30분이란 것을 확인하고, 닭은 06시 20분쯤 울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닭이 울기 1시간 전인 05시 20분쯤 곧 묘시(卯時)에 태어났다고 추단하였다.
 이 묘시(卯時)를 생시로 잡아 사주를 세 번째로 뽑았다. 남자가 30억원의 돈벼락을 맞은 까닭이 일목요연하게 보였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 시기, 삼각관계에 빠진 시기, 횡재를 한 시기, 인성과 성격, 직업적성, 배우자 인연 등을 살펴보니 사전에 여인이 말해주던 바와 너무나도 일치하였다. 더욱이 여인과 남자의 궁합은 찰떡궁합에 가까우니 이 무슨 조화인가. 성적 코드는 물론이거니와 음양오행 코드도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고도 부질없는 생각도 해보았다.
 생시가 정확하지 않으면 감명(鑑命)결과가 정확하게 나올 수 없다.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돈벼락 맞은 남자와 그의 포로가 된 여인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