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짙게 바르고
 글쓴이 : 아이러브사…
작성일 : 09-03-09 17:37  조회 : 7,646
립스틱 짙게 바르고

 을유년도 저물어가는 12월 하순, 눈보라를 헤치고 찾아온 박 여인은 질문부터 던졌다.
“제 사주에 백호대살이 있어서 말년운이 안 좋다는데 정말입니까?”
박 여인은 돌팔이 역술인한테서 들은 가당찮은 소리를 시방 필자에게 확인하고 있었다.  “백호대살은 미신에 불과합니다. 절대로 믿지 마십시오. 60세부터 70세까지 말년에  재물이 들어오고 건강은 오히려 좋아집니다.”
 “가정주부인 저 보고 물장사를 하면 좋다고 하대요. 정말 제가 물장사 팔잡니까?  물장사는 때려 죽여도 못 하거든요.”
 박 여인의 사주에는 수(水)오행이 가득하였다.
 “물이 가뜩이나 많아서 문제인데 물장사를 하면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건강을 해칩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돌팔이의 말은 잊어버리십시오.”
  “그리고 저한테 애인이 많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박 여인은 아주 진지하게 물었다. 나의 결백을 증명해달라는 눈빛이었다. 박 여인의 사주에는 남자에 해당하는 관성(官星)이 많은데, 돌팔이는 이것을 보고 본남편 외에 애인이 많다고 풀이한 모양이다.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무튼 박 여인의 인생을 괴롭히는 요물은 바로 이 관성이었다.
 “남편 때문에 고생할 팔자네요. 애당초 결혼을 안 했으면 인생살이는 행복했을 겁니다.”
 진작부터 눈물을 훔치며 조심스레 질문을 해오던 박 여인은 드디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궁합이 좋다고 해서 결혼을 했는데…” 하면서 내놓는 남편의 사주는 극처(剋妻)하는 사주였다. 극처하는 사주의 남편을 만나면 아내는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다 못해 병들어 죽거나 헤어지기 십상이다. 박 여인은 스스로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팔자’인데 ‘아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팔자’의 남자를 만났으니 이 무슨 악연인가. 이것이 운명인가.
 박 여인은 이러쿵저러쿵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간간이 내뱉는 한숨에서 새카맣게 탄 세월의 암 덩어리를 느낄 수 있었다.
 시거든 떫지나 말기를 바라며 두 사람의 속궁합을 보니 성적 조화마저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특히 남편의 정력은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각방을 쓴 지가 10년이 넘는다고 했다. “당장이라도 혼자 살고 싶어요.”라고 울먹이는 박 여인을 달랬다. 2006년 병술년부터 남편은 아내를 구박하지 않고 돌아볼 것이며, 박 여인 스스로도 삶에 용기와 의욕을 가질 것이니 조금만 참아 보라고 했다. 그리고 운을 좋게 하는 방위, 색깔, 음식 등을 일러주었다.
 “지금 입고 있는 검은 색깔의 옷을 벗어던지고 붉은 색깔의 옷을 입으십시오. 나에게 맞는 색깔 하나를 바로 선택해도 운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집에 가실 때 빨간 장미라도 한 송이 사서 방안에 들여 놓으십시오.”
 소심하기만 한 박 여인에게 유행가처럼 ‘립스틱 짙게 바르고’, 빨간 운동화의 끈을 졸라매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자아를 찾아보라고 권유했다. 분명히 운이 바뀔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