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
 글쓴이 : 아이러브사…
작성일 : 09-03-09 17:18  조회 : 6,642
이름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이름을 갖고 있다. 개똥이든 언년이든, 철수이든 영희이든 그 이름은 그 존재를 확인해주는 상징이다. 내가 있음으로 해서 이름이 있지만, 이름이 있음으로 해서 내가 있을 수도 있다. 영화 ‘실미도’의 주인공들이 지옥 훈련을 견뎌낸 것은 이름 때문이었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더럽히며 살아왔거나 혹은 이름을 빛내보지 못한 채 살아왔지만 죽어서라도 이름을 남기겠다는 일념으로 지옥훈련을 견뎌내고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태어나면서 얻은 이름은 나와 함께 평생을 더불어 산다. 죽으면 나와 함께 묻히기도 하지만 더러는 죽어서도 영원히 남는 것이 이름이다. 그래서 사람은 이름을 위해서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이렇듯 소중한 이름이건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 때문에 고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자․명자 등 일본식 이름에서부터 김세균․임신중․노숙자․이재민 등 놀림감 이름, 역사적인 악인의 이름과 같은 이름,  남성이면서 여성적인 이름, 여성이면서 남성적인 이름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은 이름 때문에 괴로워한 나머지 이름을 바꾸려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이런 이유뿐만 아니다. 이름이 나빠서 내 인생이 꼬이고 뒤틀렸다는 생각에서 팔자를 고쳐보려고 이름을 바꾸려는 사람들도 드러나지 않게 많다. 2000년에는 3만 3천 2백 명이 법원에 개명신청을 했고 2004년에는 5만 3백여 명이 개명신청을 했다고 하거니와, 이중 절반이상은 ‘이름이 운명에 나쁘게 작용한다’는 믿음에 따라 팔자를 바꿔보려고 개명신청했다고 필자는 추정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2만 8천 9백여 명이 개명신청을 했고, 이 가운데 82%가 개명허가를 받았으며 이들 대부분은 미성년자였다고 한다.
 법원이 성인에 대하여는 개명허가를 까다롭게 한 것은 호적부․주민등록부․학적부․병적부․운전면허증 등등을 모두 바꿔야 하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난 11월 23일 대법원은 “개명허가여부를 결정할 때는 ‘사회적 혼란’ 등 공공적 이유보다는 ‘개인의 주관적 의사’가 중시돼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의 삶의 질을 바꿀 개혁적인 결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