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꾸기가 쉬워졌다
 글쓴이 : 아이러브사…
작성일 : 09-03-09 17:19  조회 : 7,695
이름 바꾸기가 쉬워졌다


 ‘작명권도 행복추구권이다’
 2005년 11월 23일 대법원 2부가 내린 결정의 주요 핵심이다. 재판부는 “작명권은 헌법에 있는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에 해당한다.”며 “개명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는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 등 공공적 측면뿐 아니라 개명의 필요성, 개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와 편의 등 개인적인 측면까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고통 받고 살아온 사람들이 이름을 고치기가 쉬워졌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촌스럽고 놀림감이 되는 이름 때문에 괴로워하는 주인공 삼순이의 마음을 잘 그려냈지만, 잘못 지어진 이름 때문에 삼순이보다 몇 곱절이나 더 크게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2004년에 개명신청한 사람은 5만 3백40명이었지만 실제로 이름을 바꾸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몇 배에 이를 것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마음에 안 드는 이름’을 ‘내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바꾸어 행복을 찾을 사람이 수십 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볼 때 이번 결정은 가히 ‘혁명적인 결정’이라고까지 보여진다.
 뜻․발음․어감․한자 등의 문제로 부르거나 쓰거나 듣기가 좋지 않아서, 혹은 선천운과 음양오행이 맞지 않아서 이름을 고치고 싶어도 고치지 못한 채 고민 속에 살아온 사람들에게 ‘행복의 문’을 열어 준 두 사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이름에 분(泍)자 들어가는 구 아무개(35)이다. 그는 “이름에 쓰인 한자가 희귀한 글자여서 ‘본’으로 잘못 읽히거나 컴퓨터 등을 이용한 문서작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여자이름으로 착각되는 경우가 많다”며 개명신청을 냈으나 번번이 거부당하자 대법원에 항고해 ‘혁명적인 결정’을 얻어냈다. 이 분의 노력에 대해 제2, 제3의 삼순이들은 모두 박수를 보내야 할 판이다.
 다음은 이번 결정을 내린 대법원 제2부 주심인 이강국(李康國) 대법관이다. 그도 이름 때문에 상당한 고민을 했다는 보도가 보인다. 그의 이름은 할아버지가 항렬(康)에 따라 지은 것인데 1972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하면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조선노동당(남로당) 총책 박헌영의 심복이자 여간첩으로 알려진 김수임의 연인이었던 남로당 간부 이강국(李康國·1955년 사형)과 이름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행정처장과 지법원장은 “당신이 판결하면 주민들이 빨갱이가 판결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니 이름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권유했다. 박헌영의 고향인 충남 예산 주민들은 “남로당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초를 당했는지 아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돌림자가 들어간 새 이름 몇 개를 지어 개명하려 했으나 6촌 이내 친척 가운데 똑같은 이름이 있어서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가 있다. 대법관 이강국은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이름 뜻대로 이름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었지만, 남로당 이강국은 이름 뜻과는 반대로 나라를 불안하게 하였다. 아무튼 '이름에 대한 권리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라는 결정을 내린 이강국 대법관에게 제2, 제3의 삼순이들은 기립박수룰 보내야 하지 않을까.